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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VOA] 탈북민 창업 증가세…일반 한국인과 임금 격차 여전


한국에 정착한 탈북자 이주혜 씨가 일본식 라면 가게인 ‘이야기를 담은 라멘’의 주방에서 주문받은 음식을 만들고 있다.

[함지하 기자] 한국에서 자신의 사업체를 운영하는 탈북자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. 임금 수준도 높아지고 있지만, 여전히 일반 국민들과는 차이가 있었습니다. 서울에서 함지하 특파원이 보도합니다.

[녹취: 현장음] “나가사끼면 두 개 넣어주세요…”
2012년 고향 양강도를 떠나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 이주혜(28) 씨. 일본식 라면 가게인 ‘이야기를 담은 라멘’의 주방에서 능숙한 솜씨로 주문 받은 음식을 만들어 냈습니다.
이 씨가 일하는 이 음식점은 창업을 희망하는 탈북자들의 교육장으로 쓰입니다. 이 곳에서 교육을 받은 이 씨는 올해 안에 ‘이야기를 담은 라멘’ 간판을 단 자신의 식당을 열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.
‘이야기를 담은 라멘’ 매장을 운영하는 사단법인 ‘PPL’은 서울과 경기 지역 7개 중 5개 매장을 이런 방식으로 탈북자들에게 맡겼습니다.
‘PPL’의 전성신 과장은 일정 시간이 지나면 매장의 소유권이 탈북자들에게 넘어가게 돼, 이 씨와 같은 탈북자들은 그 때부터 직원이 아닌 ‘사장님’ 신분이 된다고 말했습니다.
이처럼 창업을 통해 자영업자로 변신하는 탈북자가 최근 증가 추세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.


남북하나재단’이 최근 발행한 ‘2017 북한이탈주민 정착실태 조사’에서 가져온 탈북자들의 취업형태 자료.

​​탈북자들의 정착을 지원하는 ‘남북하나재단’이 최근 발행한 ‘2017 북한이탈주민 정착실태 조사’에 따르면 자영업을 의미하는 비임금 근로자는 지난해 14.2%였습니다. 탈북자 100명 중 14명은 자신의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다는 의미인데, 이는 전년도인 2016년의 11.5%보다 늘어난 것입니다.
자영업에 종사하는 탈북자들의 월평균 매출은 최근 3개월을 기준으로 1천249만원, 월평균 순이익은 349만7천원으로 적지 않은 수준이었습니다.
이 중 150만원에서 300만원의 순이익을 거둔다는 탈북자가 28.1%로 가장 많았고, 이어 150만원 미만(20.9%), 300만원에서 450만원 사이(20%) 순이었습니다. 순이익이 600만원 이상인 고소득 자영업자도 14.1%에 달했습니다.
이번 조사를 실시한 장인숙 남북하나재단 선임연구원은 5일 ‘VOA’에, 탈북자들의 자영업 비율이 높아지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설명했습니다.

[녹취: 장인숙 선임연구원] “이 분야가 블루오션처럼 뛰어들면 성공할 수 있어서라는 측면보다는 북한이탈주민들이 우리 사회에 적응하는 데 있어서 경력도 짧고, 우리 체제나 문화 속에 익숙하지 않은 부분이 있어서 조직에 적응하기 어렵기도 하고 이런 점에 있기 때문에 자영업이라는 부분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기도 합니다.”

장 선임연구원은 탈북자들은 중국을 거쳐 오면서 생존력이 강한 특성이 있다며, 이런 요소들이 자신의 사업을 이끄는 데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말했습니다.

[녹취: 장인숙 선임연구원] “북한이탈주민들이 우리나라에 올 때까지는 어떤 결단력이나 행동력이 뛰어났기 때문에 그 분들이 우리 사회에서 자영업을 하는 데 있어서 역량을 발휘한다고 봅니다.”

그러나 탈북자들은 사회적 관계망이 취약하고, 자본과 자금 조달에 많은 어려움이 있다며, 재단차원에서 이런 점을 개선할 수 있도록 도울 예정이라고 장 선임연구원은 밝혔습니다.
이번 조사에 따르면 자영업 탈북자들은 5천만원에서 1억원을 투자한 경우가 25.7%였고, 2천~5천만원을 투자한 경우도 22%였습니다.
이들 중 68%는 본인이나 가족이 마련한 목돈으로 사업자금을 조달했고, 은행 등으로부터 대출을 받은 경우가 31.55%로 그 뒤를 이었습니다.
탈북자들은 사업을 시작하게 된 동기에 대해 ‘자신만의 사업을 직접 경영하고 싶다’는 응답이 57.5%로 가장 많았습니다. 그 밖에 16.1%는 ‘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’고 답했고, 취업이 어려워서 창업을 했다는 답변도 5.9%였습니다.
창업을 준비 중인 이 씨의 동기는 좀 더 구체적이었습니다.

[녹취: 이주혜 씨] “저희가 보통 받는 월급이 최저임금이 오르기 전에는 한국 분들이 받는 것보다 그렇게 받지 못했어요. 그런 경제적인 부분에서 나아지고 싶은 거? 그리고 누군가 같이 일하는 게 어려워서 창업을 배워서 하는 것도 있고…”

경제적인 요인과 일반 직장에서 적응이 힘든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설명입니다.
실제로 이번 조사에서는 임금을 받는 탈북자들의 임금은 일반 한국인들의 평균 242만3천원에 비해 약 60만원 낮은 178만7천원이었습니다.
임금근로자들은 150만원에서 200만원을 버는 경우가 30.8%로 가장 많았고, 다음으로 200만원에서 300만원(26.3%), 100만원~150만원(18.7%) 순이었습니다. 100만원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도 13.3%에 달했습니다.
다만 탈북자들의 월평균 임금은 전년도 대비 약 15만8천원이 높아진 것입니다.

남북하나재단은 임금을 받는 탈북자들의 소득이 전체적으로 낮은 이유에 대해 탈북자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(74.9%)이 더 많은 점을 지적했습니다. 한국사회 내 여성과 남성의 임금 차이의 격차가 반영됐다는 설명입니다.
한국인들에 비해 전체적인 근속연수가 짧은 점도 임금이 낮은 배경으로 분석됐습니다.

탈북자들이 근무하는 업종은 제조업이 25.5%로 가장 높았고, 다음으로 ‘숙박 혹은 음식점’, ‘도매와 소매업’ 등의 순이었습니다. 일반 한국인들에 비해 제조업과 숙박.음식점에 종사하는 비중이 각각 8.9%p와 6.4%p 높은 점도 주목됩니다.
하지만 탈북자들의 경제적 수준은 개선되고 있다고 남북하나재단 측은 밝혔습니다.

고경빈 남북하나재단 이사장입니다.

[녹취: 고경빈 이사장] “성인의 경우에는 가장 직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지표가 기초생활수급자 비율입니다. 10년 전에는 탈북자의 60%가 기초생계 수급비를 받고 살았어요. 자립을 못했다는 얘기죠. 그런데 작년에 우리 조사에는 24%로 나와서 한 40%의 사람들이 자립을 했다…”
고 이사장은 경제적인 부분 외에 청소년들 역시 제도권 학교에 부적응해서 탈락하는 비율이 10년 전만 해도 10%였지만, 지난해에는 2~3%대로 줄어들었다고 말했습니다. 전반적인 탈북자들의 경제와 생활 수준이 개선되고 있다는 겁니다.

그러나 고 이사장은 일반 국민과 비교했을 때 탈북자의 기초생활 수급은 8배, 실업률은 2배가 높다며, 탈북자들에 대한 지원 정책은 여전히 필요하고, 꾸준히 개선돼야 한다고 밝혔습니다.
아울러 한국사회도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.

[녹취: 고경빈 이사장] “탈북자들이 우리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선 탈북자들만의 노력만으론 어렵습니다. 우리 사회도 같이 노력을 해줘야 해요. 사회적인 어떤 포용력, 관용, 함께 공존하는 노력이 의지 없인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.”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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